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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표, 정의당 3.8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인사말

이정미 대표, 정의당 3.8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인사말

- 정의당 3.8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성폭력 없는 세상! 여성에게 정의를!"

일시: 2018년 3월 7일 오전 11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한명 한명이 언론에 나와 모든 것을 걸고 고백할 때마다, 누구나 겪었던 고통의 기억들도 하나둘 복기됩니다. ‘왜 그때 우리는 대처하지 못했는지’, ‘왜 나는 그때 조용히 참고 있어야만 했는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나날이 커져가는 반(反) 성폭력의 함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견고하며, 가장 비인간적인 낡은 질서를 허무는 혁명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혁명은 수많은 세월 동안 여성을 억눌러 온 성차별 구조를 허물 것입니다. 그 함성과 그 혁명의 시작점은 지금 당장 성차별적 권력문화를 바꾸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정의당은 지난 반성문에서 허다한 성폭력 처벌 제도와 방지책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구성원의 의지라 강조했습니다. 피해자의 고백에 기대거나 당장의 위기관리를 위해 재발방지 약속만 거듭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피해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진 않았는지, 성차별 문제를 관성처럼 남겨 두진 않았는지, 철저한 성찰을 거듭해야 합니다.

성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힘은 법과 제도보단 구성원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정의당 역시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도 자기쇄신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오늘 정의당은 혐오와 차별 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일곱 가지 다짐’을 발표합니다. 이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은 정의당을 바꿀 것입니다.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당내 성폭력 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우리당은 성차별문화에서 완벽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히 살필 것입니다.

정의당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상담과 구제 등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국가의 보호책임을 강화하고 2차가해의 기준을 명확히 다듬겠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무고죄 개선, 여성혐오 범죄 처벌의 법적 기반 마련과 사회 약자에 대한 폭력 피해 대책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습니다.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국무조정실 산하 민간 협력기구를 수립해 흩어진 성폭력 대책 방안을 단일화하고, 정부 출범 당시 약속한 성평등위원회를 통해 성평등 문화와 인식이 국정 전반에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원치 않은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낙태죄 폐지와 이성간 혼인만이 정상적 가족이라는 관념을 뛰어넘을 동반자 등록법 발의는 정의당이 시대에게 부여받은 소명입니다. 반드시 이 과제를 해결하고 성평등 사회로 전진할 것입니다.

바로 며칠 전, 한 성폭력 피해자가 유력 대선주자의 성폭행을 증언하고 나와 앞으로의 삶이 두렵다고 말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제도적 대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더 당당하게끔 만든 이 문화입니다. 이 비극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모두가 성찰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기나긴 침묵은 계속될 것이고 각종 제도는 또다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정의당의 성찰이 우리 사회 모두의 성찰로 개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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