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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반대 공동기자회견

이정미 대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반대 공동기자회견


일시: 2018년 11월 19일 오전 10시 30분

장소: 정론관 


■ 인사말


정의당 대표 이정미 입니다. 정부가 여야4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전쟁을 치르듯 해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먼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비난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물 만난 고기처럼 노동조합을 헐뜯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주 52시간 상한제의 취지가 흔들린 것이 뻔한 데도 대화의 파트너인 양대 노총을 압박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저화 함께 이번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먼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정병욱 위원장님으로부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임영국 사무처장님으로부터 실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악용되지는 듣겠습니다. 다음 안진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의 규탄발언을 듣고, 이어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강인수 상임활동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이지현 총무국장님이 기자회견을 낭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당 노동 40시간, 최장 52시간에는 이제 겨우 단계적 실행에 첫발을 내딛었을 뿐입니다. 노동시간단축은 3단계에 걸쳐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논의하면서, 기업의 민원은 전광석화처럼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기득권 집단의 저항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탄력근로시간제로 인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약자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 제가 넷마블에서 처음으로 산재 판정을 받아냈던 IT청년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 노동자가 사망하기 한달 전에는 78시간, 두달 전에는 89시간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었기에  돌연사했다는 것을 저희가 입증해낸 바가 있습니다. 또한 방송 현장에서는 촬영 스태프들이 열악하고 노조의 보호조차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다 아는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밀어붙이기 위해, 엄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기득권을 운운하면서 본질을 호도하는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겠다’는 국정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하고, 탄력근로시간 기간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 기자회견문 

- 국회의원 이정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부와 국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


한국은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2017년 기준 OECD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된 사회이다. 일과 생활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자, 국회는 지난 2.28. 주 52시간 노동,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기업 적용, 특례업종 축소 등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내용들이 규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자들은 ‘저녁 있는 삶’, ‘일과 생활이 양립되는 인간다운 삶’을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야 4당은 정의당의 반대 입장과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1.5.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한 뒤 빠르게 입법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퇴행시키려 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11/8),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이 11/22 출범하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관련 논의를 요청(11/9)하였으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사노위가 11.20.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논의하지 않을 시 “탄력근로제 연내 법안처리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하였다. 정치권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한다는 답을 정해놓고, 명분을 쌓기 위해 출범도 하지 않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논의를 강요한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의 개정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한 날 혹은 특정한 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케 하고,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노사간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며, 연장근로를 포함하면 6주 연속으로 64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이기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사항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2월의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보다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조치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도 위협한다. 지난 11.1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간한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무줄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현행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는 4주간 64시간 일한 경우 발생한 뇌심혈관질환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고, 현행 3개월짜리 탄력적근로시간제도 이미 과로사가 가능한 노동조건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며 “탄력근로제는 과로사의 조건을 합법적으로 정부가 보장하는 모순적인 방안”이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과로사 기준인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조치인 것이다.


이런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무리해서 추진할 이유는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가 제시된 적도 없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8월부터 추진 중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오직 사용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확대하면 사용자측은 고용창출 압박에서도 벗어나고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보수정당과 경제계가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인상 반대의 논리로 내세운 고용창출과 상치된다. 나아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통해 인건비가 감축되어 노동자의 소득은 낮아지고 사용자측의 이득이 커져 불평등만 심화될 것이고, 현 정부가 도입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조치를 무효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은 시행된지 겨우 4개월이 지났다. 그마저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먼저 적용되었기 때문에 노동자 대부분은 주 52시간제를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하며,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자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형해화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경제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시도를 멈추고  노동시간 단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정착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개악안의 결과는 ‘노동존중사회’가 아니라 ‘노동억압사회’일 뿐이다. 다시 한번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입법화 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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