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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표, 퀴어문화축제 축하 인사말


이정미 대표, 퀴어문화축제 축하 인사말


일시: 2017년 7월 15일 오후2시 30분

장소: 서울광장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그리고 우리 퀴어축제 18년 만에 제일 처음으로 한 정당의 대표로 이곳에 서게 됐습니다. 정의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제가 작년에는 300명 국회의원 중에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했었습니다. 당 대표 된지 3일 됐습니다. 이번 퀴어축제에는 국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꼭 정당의 대표로 참석하고 싶었는데 그 뜻을 드디어 오늘 이뤘습니다.


여러분, 얼마 전 한 대위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300명 동료 국회의원들께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사람의 처벌은 인권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 분의 처벌을 막기 위해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 함께 탄원서를 써주십시오.’ 안타깝게도 그 탄원서에 동의해주신 국회의원은 열 두 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분 한 분 말씀드리겠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윤소하, 김종대, 추혜선 그리고 진선미, 권미혁, 윤종오, 김종훈. 그리고 탄원서에 직접 서명을 못했지만 그 뜻에 함께 동참하겠다면서 박주민, 금태섭 이 두 의원이 뜻을 보태주셨습니다.


여러분, 그 수가 작다고 우리 결코 실망하지 맙시다. 화내지도 맙시다. 이제 바꿔야 합니다. 많은 국회의원이 여러분과 진심으로 그 뜻을 함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어떤 때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저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당선되어야 하고 지역구에서 무조건 일등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분명한 가치와 철학,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꼭꼭 숨기고 있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인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치와 정책에 투표하면, 그만큼의 민의가 국회 안에 실현될 수 있는 제도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여러분, 그 뜻에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여러분 믿고 제가 그런 좋은 선거제도 만드는 데 앞장서는 당대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민 눈높이를 이야기합니다. ‘개개인의 인권, 그래. 중요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그런 말씀들 하십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국민 눈높이가 무엇인가. 고대사회에서는 여성들을 동물과 똑같이 취급했습니다. 모든 주권자의 권리를 공평하게 나눠야 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도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한 것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되는 인권이 있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되지 않는 인권이 따로 있습니까, 여러분? 그렇지 않지요.


뿐만 아닙니다. 이미 국민 여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답이 80%가 넘어섰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만들어 가야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


저는 군형법 92조의 6을 반드시 개정하는 당대표가 되겠습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동반자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반드시 만들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이 집회에 제가 참석한다고 하니까 ‘혐오스럽다, 왜 당대표가 그런 데 가느냐’ 이런 말씀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곳에 혐오가 있습니까? 이곳에는 우리의 사랑과 평화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정 혐오스러운 것은 무엇입니까. 성소수자 청소년 자살률이 일반인 자살률의 5배가 넘습니다. 방문 바깥을 나가는 순간부터 온갖 폭력과 위험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국가, 21세기 문명국가에 걸맞지 않은 이런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이고 진정한 사랑이고 진정한 혐오의 배제입니다, 여러분.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진정 새로운 대한민국은 무엇입니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범죄 국민으로 낙인찍히는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가 위험에 빠지고 어려움에 빠져있는 모든 개인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을 국민이 가질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새로운 대한민국 아닙니까?


여러분, 이제 우리는 고작 한 발 내딛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 1분이 가지는 위대한 힘을 보았습니다. 가치와 방향만 옳다면 1분 안에 모든 세계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저희는 확신했습니다. 이제 그 1분은 정의당의 것도, 심상정의 것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그 1분, 우리 모두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그 1분을 위해 함께 달려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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