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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이정미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 자료 조작 의혹"

[동아일보]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독성물질 정보를 작성하면서 수출용 영문판에만 제대로 된 독성값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과 관련해 내수용과 수출용 설명서가 달랐던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SKYBIO 1125’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국문판과 영문판을 비교한 결과 서로 다르게 작성된 점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SKYBIO 1125는 흡입시 폐질환을 유발하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과 염화나트륨을 배합해서 만든 혼합화학물질이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낳은 참사의 주범인 PHMG는 이 제품(SKYBIO 1125) 형태로 유통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011년 1월 해당물질에 대한 국문MSDS를 작성하면서 일부 생태독성 및 피부독성값을 누락시켰다. 이 의원은 “국문판 보다 9년 먼저 작성된 영문MSDS에는 독성값이 표시돼 있어 이를 고의로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SDS는 해당물질의 유해성과 함유량 등을 설명하는 자료로 화학물질제조업체가 물질을 공급할 때 함께 제공한다.

특히 SK케미칼은 이 물질의 생태독성과 관련해 국문판에서 물벼룩의 독성값을 1㎎/L로 기재했으나 영문판에서 0.42㎎/L로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판에 해당 물질의 독성값이 실제와 비교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표기했던 것이다. 또 영문판에는 물벼룩 외에도 송사리와 조류의 생태독성자료를 함께 표기한 반면 국내자료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없었다. 또 영문에 표기된 생태독성값은 국내유독물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또 SK케미칼은 이 물질의 피부독성과 관련해 국문판에는 ‘자료 없음’이라고 표시했으나 영문판에서 ‘LD50(rat)=8000㎎/㎏’이라는 제대로 된 독성값을 표시했다. 영문 자료에 제시된 독성값은 실험 쥐의 개체수 중 절반이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유독물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샴푸와 물티슈 등 생활화학용품에 해당물질을 원료로 많이 썼는데 피부독성값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특별히 의도적으로 MSDS를 다르게 표시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되는 국문MSDS와 수출국 등에 따라 달라지는 영문MSDS가 완전히 같을 순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생태독성값이 절반으로 잘못 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24시간을 조건으로 한 실험이었는데 48시간으로 잘못 표기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와 같이 독성값을 절반으로 낮춘 것은 고의적인 조작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며 “독성정보가 달랐다는 것만으로도 간접살인행위”라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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