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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의당 기념식 인사말

이정미 대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의당 기념식 인사말


일시: 2019년 3월 6일 오전 11시

장소: 본청 223호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여성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 111주년을 기념해서 정의당에서도 작은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 자리에 서니 더욱 노회찬 대표님이 그립습니다. 매년 3.8 여성의 날이면 잊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3.8 여성의 날에 다시 한번 노회찬 대표님의 정신을 마음에 새깁니다.


1908년 3월 8일, 그날은 1만 5천여 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광장에 모인 날입니다.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고 참정권 쟁취를 위해 싸웠습니다. 10시간 노동을 보장하라며 가슴을 치고 외쳤습니다. 그날의 울부짖음은 성폭력에 저항한 미투 운동, 그리고 임금 차별에 저항한 페이 미투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별에 따라 배분된 차별적인 권력이 낳은 착취와 억압, 지배와 폭력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바꿔내라는 3·8 광장의 외침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평등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2심 판결은 1심을 뒤엎으며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했고 공고했던 젠더 권력에 균열을 냈습니다. 분명 중대한 진전입니다. 그것은 3.8 광장의 여성, 그리고 미투를 폭로한 여성들의 용기와 결단,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는 세상을 흔들었지만 정치는 아직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지난해부터 비동의강간죄 신설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으나 정작 이를 제도화하진 못했습니다. 취업 과정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당해야 하는 현실, 노동시장에 만연한 100대 46 이라는 성별임금격차를 마주해야 하는 지금, 어느 것 하나 기울어진 추의 균형을 바로 맞출 제대로 된 제도가 없습니다.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국회에서는 단 17%의 여성만이 존재합니다. 이 뼈아픈 현실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성 중심의 가부장 문화가 뿌리내린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5~60대 남성으로 과잉 대표된 국회가 한국 정치의 얼굴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골고루 대표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여성정치인은 단순히 ‘여성을 대표’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평등 사회로 가는 근본적 변혁을 위한 출발점에 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02년 진보정당에서는 지방선거 비례후보 홀수에 여성을 배정하는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당시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여성이 정치 역할을 잘 할 수 있느냐’ 반문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여성정치인은 우수한 의정 능력을 보여주었고 그런 우려를 잠재워 왔습니다. 이제 후보 30% 여성할당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출직 남녀동수를 실현해야 할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여성의 민의를 국회에 온전히 담는 정치제도 개혁,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정치세력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흑인 최초로 2015년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기할 역할이 없는데, 에미상을 수상할 순 없잖아요.” 저는 오늘,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성이 참여할 자리가 없는데, 남녀 평등 사회가 만들어질리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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