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노동시간 연장 반대 이정미 의원-화섬노조 수도권본부 IT 위원회 기자회견
[보도자료] 노동시간 연장 반대 이정미 의원-화섬노조 수도권본부 IT 위원회 기자회견
일시 : 2019년 11월 28일 오후 2시
장소 : 국회 정론관
참석자 : 정의당 이정미 의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신환섭 위원장, 화섬식품노조 수도권 본부 IT 위원회 소속 지회(네이버 오승윤 지회장, 카카오 서승욱 지회장, 넥슨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차상준 지회장)
■ 이정미 의원 발언
정의당 이정미 의원입니다. 오늘 정부의 주52시간제도 역주행의 가장 큰 피해자들을 모시고 기자회견을 열게 됐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 함께 하시는 분들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 노조 IT위원회 노동자들입니다.
이분들은 현재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굴지의 IT 기업과 게임 기업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한 때 판교를 부르는 별칭은 ‘등대’였습니다. 새벽까지 불을 환하게 밝힌 건물들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바대 한가운데 떠있는 등대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저는 구로의 한 유명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회사 또한 ‘구로의 등대’,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별다른 질환이 없는 그 20대 청년 노동자가, 게임 업데이트를 앞두고 1주 80시간 90시간 넘게 일했기 때문에, 과로사 했다고 판정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크런치 모드’가 젊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입니다.
10시 조퇴, 12시 칼퇴, 2시 야근 같은 살인적 중노동을 막기 위해 주52시간제도 시작되고 판교의 불빛도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IT 노동자들은 이제 그나마 인간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 빈집에 잠만 자거나, 자고 있는 가족들 얼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인간이 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노동존중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 작은 기쁨을 다시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아직 정착하지도 않은 주52시간제를 앞장서 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실시된 지 1년도 안된 52시간 제도를, IT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원흉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노동시간에 대한 관념은 16시간, 18시간 노동이 횡행했던 개발독재 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최근 예고한 조치들은 주52시간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것입니다. 정부 발표대로, 일시적 업무량 증가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경우, 게임 업계는 신제품 출시나 업데이트 시기가 오면, 노동자들에게 크런치 모드를 합법적으로 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1일, 1주의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 노동자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그저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1주일 100시간 넘게 일을 해야 할 뿐입니다. 이 모든 정책의 특징은 IT 업계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오직 사용자의 목소리만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고 싶은 IT 업계 사용자들의 민원을, 정부가 스펀지처럼 수용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게임과 IT서비스는 결코 경쟁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번아웃이 되면 퇴직하고,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업무 문화는 우리 IT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할 뿐입니다. 정부는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를 다시 밝혀서는 안됩니다. 즉각 52시간제도의 근본취지를 위협하는 소위 ‘보완대책’과 유연근로제 확대를 중단하고, 노동자와 함께 52시간 제도를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끝)
<기자회견문>
노동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IT 노동자 기자회견문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렇게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한 달 넘게 연속적으로 60시간 이상의 노동이 가능해집니다. 더구나 정부는 52시간 상한제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고, 예외적으로 시행하던 특별연장노동 시행규칙을 바꿔 더 자유롭게 인가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더 일할 권리를 52시간 상한제가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NC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중국이 6개월 만에 만들 게임을 우리나라는 1년 동안 만든 다면서 한탄을 하고 밤새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자랑하듯 광고소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야 할까요.
무려 48주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여 일해야 했던 IT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우린 아직 기억합니다. 최근 한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 게임회사에서 96시간 연속 근무 후 응급실로 이송되었다는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소위 사람을 갈아서 서비스를 만드는 식의 형태는 사라져야할 구시대적 관습임에도 사용자의 강압적인 야근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삶이 나아진다고 하지만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왜 아직도 장시간 근로로 인해 힘겨워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IT업계는 고질적인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노동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합니다. 사람이 버틸 수 없는 구조이기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평균 근속년수가 채 2년이 되지 않습니다. 과연 이런 현실이 장병규 위원장이 말하는 것처럼 더 많이 일할 권리를 침해해서 일어나는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2시간 상한제조차 정부의 처벌유예 등으로 시행이 연기되면서 현장에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은 야근문화의 핵심요인인 과도한 단기목표나 부족한 인력, 하청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후 오히려 휴게시간 기준을 강화하여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동시간을 초과해도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또한 대부분 IT기업에서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일하다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쓰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기본권인 건강권, 휴식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특히 IT산업의 특성상 자율적인 업무환경이 정착되어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확대는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다면 회사가 임의로 뽑은 근로자대표를 통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와 같이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또한 IT노조가 있는 회사들은 모두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었고 이로 인해 실질 노동시간도 감소하였습니다. 더 이상 과로가 죽음의 원인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 IT업계 경영진에게 요구합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확대, 재량근로제 허용확대.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합니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단위기간확대와 같이 기업들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법안논의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IT업계 경영진들은 공짜 야근이 가능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과도한 노동시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IT업계 노동자들에게 호소 드립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본부 IT위원회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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