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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강원 인사이트] 환경 논란에 불신까지..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착공 가물가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과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와 함께 최문순(더민주) 강원지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도정 3대 현안이다. ‘정치인 최문순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에도 그는 국민관광지였던 설악권 부활의 키로 케이블카를 선택했다.

 

1년 여 전만 해도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는 듯 했다. 오색 케이블카는 지난해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부터 ‘삼수’ 끝에 오색지구에서 끝청(해발 1,480m)까지 3.5㎞ 구간에 대해 허가를 받았다. 단 국립공원위원회는 “멸종위기종인 산양보호 대책과 대청봉 보존 방안, 동식물 보호 등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양양군청 앞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속초ㆍ고성ㆍ양양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양양군청 앞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속초ㆍ고성ㆍ양양 환경운동연합 제공

강원도와 양양군은 ‘합리적 개발’을 약속했다.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해소한 ‘한국형 산악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원도는 “결과적으로 케이블카 운행으로 등산객이 분산돼 산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당시 오색 케이블카의 연착륙 여부는 지리산 등 타 지역 케이블카 추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원도가 산악지대를 놓고 충돌하는 개발과 보존 논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모델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도 컸다. 오색 케이블카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이유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감도. 강원도 제공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감도. 강원도 제공

 

그러나 조건부 허가가 떨어진 지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오색 케이블카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이미 지난 6월 착공이 물 건너 간 것은 물론 동계올림픽 개막 이전인 2018년 2월 운행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환경보고서가 객관성 시비에 휘말리는 등 강원도와 양양군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양양군은 산양(멸종위기종 1급)의 서식지를 무인 카메라로 조사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으나,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는 “조사 기간이 5개월로 너무 짧고, 카메라도 충분치 못해 케이블카로 인한 피해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역시 산양 서식지 보존 등에 대한 확실한 해법을 고심하며 심의를 보류한 상태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오색 케이블카의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양양군 공무원 2명이 검찰에 기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 사건은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정감사에선 연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유령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송옥주(더민주) 의원은 “양양군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관련 산양 스트레스 조사를 하고도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며 고의 누락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환노위 일각에선 보고서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자료를 누락한 담당자의 형사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진 객관성 시비로 인해 ‘과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강원도와 양양군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상황이 됐다.

 

환경단체는 국정감사 이후 ‘케이블카 사업을 백지화 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안나(54) 속초ㆍ고성ㆍ양양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보고서를 위조해 경제성을 부풀리고 유령보고서를 내놓는 행정기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환경을 파괴하고 비리로 얼룩진 케이블카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양양군이 내놓은 보고서에 대해 조작과 고의누락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오색 케이블카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속초ㆍ고성ㆍ양양 환경운동연합 제공

강원 양양군이 내놓은 보고서에 대해 조작과 고의누락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오색 케이블카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속초ㆍ고성ㆍ양양 환경운동연합 제공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색 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며 국비예산 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탓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이른 시간 내 신뢰를 회복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 부담까지 떠 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강원도는 잇따라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유령보고서와 같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누락되거나 오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도 설악산 삭도추진단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환경문제를 매듭짓고 케이블카 공사를 위한 본격적인 인허가 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만약 국비 확보에 문제가 생긴다면 양양군이 지방비를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이전인 2018년 2월 운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관계자의 장담대로 16개월 뒤 케이블카는 설악산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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