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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습기 살균제로 숨졌다" 두 달간 475명이나 늘어

[경향신문]ㆍ신고 급증…정부 “책임 인정할 수도” 유엔에 처음 밝혀
ㆍ검찰 “옥시, 허위 광고 안 했다면 사망자 95% 생존 가능”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이가 3000명,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피해신고 접수 재개 후 두 달여 만에 지난 5년간 총 신고 건수의 두 배 가까이가 몰린 것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정부공식 서신에서 정부는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현재 정부에 피해 신고를 낸 이들은 모두 3698명이고, 사망자는 7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른 내용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정부가 피해신고 접수를 재개한 4월25일 이후 지난달까지 피해를 신고한 이들은 2416명(사망 475명)으로 2011~2015년 5년 동안의 피해신고자 1282명(사망 226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로 집계됐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수사가 본격 진행되고 사회 이슈화되면서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미 조사·판정을 마친 1, 2차 피해신고자는 모두 530명으로 이 가운데 정부로부터 의료비, 장례비 등을 지원받은 1, 2등급 피해자는 약 42%인 221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5년 12월까지 3차로 피해를 신고한 752명에 대한 조사 및 판정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4차 피해신고자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제네바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이 지난 4월20일 유엔 인권이사회 바시쿠트 툰작 유해물질·폐기물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정부의 답변에는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에 따라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과 같은 추가적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본사인 레킷벤키저사는 툰작 특별보고관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아직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옥시레킷벤키저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발표한 것과는 달리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현우 옥시 전 대표(68) 등에 대한 재판에서 “옥시의 허위광고가 없었으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95%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영·유아와 이들의 엄마가 사망자 94명의 약 95%를 차지하는데, ‘아이에게 안심’이란 옥시의 문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기범·박용하·박광연·최민지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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