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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임금 덜 받아도 비정규직 없는 회사 만들고 싶어요"

8월 24일은 갑을오토텍이 직장폐쇄에 들어간 지 30일이 되는 날입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이하 '지회') 400여 명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용병' 채용 취소와 단협 개악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공장 안 농성은 50일이 넘었습니다. 회사 측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쟁의기간 중에 불법대체 생산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농성 진압을 위한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생산 현장 복귀 후 직장폐쇄 철회를 주장하면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단전·단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갑을오토텍 투쟁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며,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와 갑을오토텍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예측했던 것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선봉대원들 식사하러 갑니다. 20분까지 오는 겁니다. 오늘은 배식이 늦게까지 없습니다. 전체 식사 하도록 합니다."

 

8월 5일 오후 4시,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공장에 도착하니 '민주노조 사수' '단결투쟁'이 새겨진 조끼와 머리띠를 착용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갑을오토텍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동지들이 달려오셨습니다."

"와~"

 

'불법 직장폐쇄 철회! 노조파괴 분쇄! 갑을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 기간에도 불구하고 공장 앞에 많은 노동자와 시민, 조합원 가족이 참석하자 조합원들이 함성과 박수로 환영한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경남지부 깃발도 보인다. 경찰이 막아 집회는 공장 앞에서 진행되고, 조합원들은 공장 안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며 함께 한다. 스크린에 가족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조합원들의 얼굴에 푸근한 미소가 깃든다. 플랜트건설노동조합에서 쌀과 물 등 지원 물품을 갑을오토텍지회에 전달한다. 경찰은 이마저도 가로막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러줘. 물러줘."

경찰의 통제로 모든 참석자들이 집회 장소에 다 들어오지 못하자 경찰에 대한 항의 구호도 들린다.

"예상하고 예측했던 것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회사는 이미 2014년 3월부터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준비해 왔고, 용병들을 모집해서 폭력과 내부 분열로 현장을 장악시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파업을 유도해서 직장폐쇄 용역투입 공권력 투입 이후 선별복귀를 하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시작했습니다."

 

이재현 지회장이 무대에 올라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등 '용병' 투입을 통한 이른바 '신종 노조 파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 12월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등 60명을 신입사원으로 뽑아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이들은 많은 지회 조합원들을 선풍기로 머리를 가격하여 뇌출혈과 얼굴뼈 함몰 등 상해를 입히고, 기업노조를 설립하여 가입하는 등 노동조합 파괴 행위를 했다. 지회의 투쟁으로 지난해 6월 23일과 8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노조파괴 목적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52명 채용 취소 등의 합의를 하였으나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들을 아산에 있는 다른 계열사로 전보 조치했다.

 

 

 8월 5일, ‘불법 직장폐쇄 철회! 노조파괴 분쇄! 갑을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 연정

 

우리가 사는 길은 이 공장을 지키는 것

"회사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더니 10월부터 더 이상 노동조합과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포하고 곧바로 준비된 것들을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인력을 투입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지켜온 정규직 사원들을 일방적으로 강제전환 배치시키면서 용역 경비를 투입했습니다. 이미 범죄 행위로 대표이사가 구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곧바로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지금 현재 이 자리까지 와있습니다. 회사는 폐업 하겠다고 청산하고 떠나겠다고 협력업체까지 동원해 협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4백여 조합원들 이미 모두 각오를 마쳤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면 함께 죽겠다. 우리가 사는 길은 이 공장을 지키는 일입니다. 또 그 길은 이 공장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재판부 조차 노조법 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박효상 전 대표에게 회사 측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검찰이 구형한 8개월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0월을 선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기존 노사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교섭해태로 일관하다가 노조가 절차를 밟아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7월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8월 1일 용역경비업체 잡마스터를 통해 용역들을 정문 앞에 투입하고, 용역들에 이어 경찰까지 투입된 갑을오토텍 공장은 무더위 속에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1부 집회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다.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지회 식사팀에서 준비한 미역국과 밥이 밖으로 나간다. 오늘 연대온 사람들의 식사까지 포함하여 1500명 분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정문 근처에 천막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국이 부족하다며 밥이 나가고 나서도 계속 국을 끓이고, 큰 대야에 불린 쌀로 쉬지 않고 계속 밥을 한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2부 투쟁 문화제가 시작된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갑을오토텍 공장
ⓒ 연정

 

"지금 여러분들이 앉아계신 이 자리, 전경들이 깔려있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아십니까? 98년도 공권력 침탈되면서 피투성이가 되었던 투쟁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2008년도에는 모딘코리아 바지사장이 용역깡패 30명을 데리고 와서 노조파괴를 하려고 할 때, 투쟁했던 자리 입니다."

 

박종국 부지회장이 무대에 올라 갑을오토텍 투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교환기 등 자동차용 공조 제품을 생산하는 갑을오토텍의 전신은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기계다. 만도기계 아산 공장은 1998년 한라그룹 부도로 인해 그 다음 해에 스위스 UBS캐피탈사가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이 인수하여 만조공조로 이름이 바뀌었다. 만도공조는 2003년 위니아만도(주)로 사명을 변경한다. 그 사이 CVC캐피탈이 대주주가 되었고, 2004년에는 미국 모딘사에서 위니아만도(주) 1공장 차량공조사업본부를 인수하면서 모딘코리아로 회사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2009년 갑을상사그룹이 모딘코리아의 지분을 100% 취득하고 지금의 갑을오토텍으로 이름을 변경한 후 지금에 이르렀다.

 

공장 안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회사가 우리를 단결하게 했다"면서 20년 동안 경영주가 5번 바뀌는 과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조합원들 간에 일터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때리면 맞으라는 기이한 노동조합

"회사가 하루에 쓰는 용역 비용이 2500만 원 이라고 합니다. 노조파괴 컨설팅 비용을 포함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전체 예산이 수십 억 입니다. 기업은 이윤에 눈이 멀어야 정상인데, 갑을오토텍은 그게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알려진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를 입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노조 파괴와 노동자에 대한 복수심의 광기만 남은 기업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없다며 개탄하는 발언을 한다.

 

"갑을오토텍은 노동조합도 기이합니다. 지회장이 발표한 투쟁지침을 보고 울컥했습니다. 때리면 맞으라고 했습니다. 여기 있는 분들 다 가족이 있는데, 지회장이 이런 굴욕적인 지침을 왜 내렸을까요? 수십 년 동안 기업주가 5번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도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주인의식을 갖고 이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 입니다."

 

이정미 의원은 갑을오토텍지회는 누구보다 회사와 산업평화를 사랑하기에 때리면 맞을 각오로 평화롭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이한 노동조합이라고 이야기했다.

 

35년을 근무하고, 현재 정문을 사수하는 한 조합원은 작년에 용역이 들어오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다친 걸 가족이 알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합원들이 화가 나서 충돌이 날 경우 노동조합이 무너지게 될 수도 있으니 참으라고 한 는데... 그 말을 하는 지회장의 심정이 어땠겠어요? 어릴 때 부모도 다른 사람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

 

그는 회사가 연구 개발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M&A를 통해 이익을  남기려하고 노동조합 파괴에만 돈을 쓰고 있다며 개탄했다.

 

"경영자 몇 사람 때문에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게 기업입니까? 우리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회사가 약속했던 거 지키라는 겁니다. 노조파괴 용병 채용취소 약속한 거 지키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하고 단협을 이행하라는 게 전부였어요. 회사는 일부러 노조파괴 하려고 60번이나 교섭을 했어도 불성실한 태도로 70개 개악안을 들고 나왔잖아요. 지금이라도 직장폐쇄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합니다. 그게 회사를 살리는 길이고, 함께 사는 길 입니다."

 

23년 차 노동자 기본급 200만원, 시급 9천원

조합원들은 회사 측이 자신들의 연봉과 관련해 '언론플레이'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갑을오토텍 사측은 이 회사 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이 8400만 원이고,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9500만 원이라는 내용을 일부 언론사에 제보하여 보도하게 했다. 또한, 사측은 2014년에 60억 원, 2015년에 110억 원의 적자가 났는데도 노동조합이 기본급 월 15만 여 원을 더 올려달라며 공장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전화 통화로 의견을 묻자 한정우 지회 대의원(전 부지회장)은 '귀족노동자 9천 5백만 원'은 회사가 악의적으로 '언론 플레이'한 내용이라며 강한 어조로 문제제기 했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한 임금 요구액 15만원은 실제로 받은 적이 없고, 최근 타결된 금액은 5~6만 원 정도라고 했다.

 

"노조에서 15만원을 요구하면 그 돈을 다 받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회사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올해 입사 23년 차 인데, 우리 회사 평균 근속보다 높습니다. 월 급여 총액이 세금 떼기 전에 500만 원 정도 되고, 4대보험과 각종 세금을 공제 하고 나면 380~400만 원 정도 됩니다. 세금 공제 전 금액으로 계산하면 연봉 6천 만 원이죠. 이 금액은 상여금과 연장수당 등 각종 수당이 다 포함된 금액이고요. 23년 차인 제 월 기본급은 200만원 입니다."

 

한씨는 23년차 근무한 자신의 기본급이 월 200만 원 이고 시급은 9천 원 정도라며, 회사 측 주장에 억울해했다.

 갑을오토텍 공장 안에 있는 피켓
ⓒ 연정

"

 

회사가 이야기한 9500만 원 연봉은 2014년도 기준인데, 그때 통상임금 판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연봉이 올라갔던 겁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추가임금 소급 청구는 노사가 기존에 합의한 임금 수준 관행을 넘어서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하여 허용하지 않았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이 판결대로 임금 소급분은 청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회는 기존 단체협약이 종료되는 2014년 4월 1일부터 발생하는 시간 외 근무시간에 대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가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하여 임금체불이 확인이 되는 그해 여름부터 적용이 이루어져서 4월~12월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확대된 통상임금이 적용된 수당을 받았다.

 

한정우 대의원은 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은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로 2014년에 추가 지급된 초과노동상승분 40억 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2014년 적자분은 사측이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 일시적으로 발생한 초과노동상승분 40억과 퇴직급여충당금 60억 등 총 100억 원을 제조원가에 반영한 데서 생긴 부분입니다. 퇴직급여충당금 60억은 실제로 지출된 돈이 아니라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퇴직급여 금액이고요. 2015년에도 추가소송 충당부채, 중국법인 청산 손실, 노조파괴 용병 채용 취소에 따른 충당부채 등 80억이 적자로 반영된 겁니다. 회사가 정상적인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노조파괴 용병들을 채용하는 바람에 기존 노동자들의 초과근무가 증가했던 것도 초과 노동비용 발생 요인이 되었습니다."

 

한씨는 갑을오토텍 2016년 1분기 경영실적이 약 21억 정도로 흑자로 돌아섰다며, 사측이 지금과 같은 노조파괴 공작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연 60억~100억 정도의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회사가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노조파괴와 직장폐쇄를 중단하고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임금 줄여 일자리 나누기 했더니 노조파괴 '용병' 채용한 회사

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에는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연장수당 지급도 반영되어 있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까지 12시간 맞교대를 하다가 2015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회 손찬휘 사무국장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이전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2800~3300시간에 이르렀다고 이야기한다.

 

"하루 25시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을 많이 했어요. 매일 잔업하고, 한 달에 1~2번 쉬면서 특근도 6~7개 씩 다 했고요. 돈은 많이 벌었는지 몰라도 몸이 다 상했어요. 돈 쓸 시간이 없더라고요. 몸도 힘들고..."

 

올해 23년 차가 되는 이승호(가명)씨는 주간연속2교대제 하고 나서 월급이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최근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하면서 우리 잔업 특근을 쪼개서 노조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신입사원 채용을 회사에 제안해서 60명을 채용하게 된 건데, 사측이 이걸 악용해서 특전사 출신 용병들을 채용한 겁니다. 우리가 뒤통수 맞은 거죠."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스로 생산성 10% 향상을 제안하면서 설비투자와 신규채용을 사측에 요구했었다. 노동조합에서는 10년 이내에 기존 직원의 70~80%가 정년퇴직을 하고, 그 자리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노조 측의 계산으로는 당시 70~80명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 생각되었지만, 회사 측에 부담이 될까봐 20여 명을 먼저 뽑을 것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사는 60명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노조에서는 이들 중 52명이 노조 파괴를 위해 모집된 '용병'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국에서 지원한 600명은 이 '용병'들의 채용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다. 노조파괴 '용병'들의 연봉은 신입사원 초봉의 2~3배에 달하는 4천 만 원~8천 만 원이었다. 52명에 대한 채용취소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노조 측의 제안으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실제 지원했다가 들러리가 되었던 1차 서류심사 합격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들 중심으로 30명을 채용하게 된다. 지난해 입사한 30명의 노동자들은 지금 갑을오토텍 투쟁에 함께 하며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꼭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풀립니다."

지난해 신규채용으로 입사한 강준영(가명)씨는 식사가 부실해서 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이 좋지 않다며 걱정을 한다. 입맛이 없어 밥이 안 넘어 갈 때도 있다. 30대 초반인 강씨는 갑을오토텍에 들어오기 전에 그 또래 청년들이 그러하듯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같은 일을 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차별받지 않으면서 노동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해준 갑을오토텍이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형님, 아버지, 삼촌 뻘 되는 분들이 많으신데 잘 해 주세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투쟁하는걸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하루 빨리 회사와 교섭이 잘 되어 이 문제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장 안에서 집회 참여 중인 조합원들
ⓒ 연정

절대로 핍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갑을오토텍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주화 된 공정이 없다. 이 회사는 생산직과 식당노동자, 버스기사, 경비 등 모든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다. 다만, 식당과 버스, 경비는 각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정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고용과 복지혜택 등에서 생산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바늘 구멍만한 게 점점 커지니까 아예 처음부터 막아야죠. 회사 요구대로 경비나 식당노동자들을 외주화 하게 되면 전력이나 자재 관리로 비정규직이 확산되다가 결국 전부를 내주게 될 게 뻔 하잖아요. 임금을 덜 받더라도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키고 싶어요."

 

1986년 만도기계 안양 공장에 입사하여 올해 31년 차가 되는 김종대(가명)씨는 자신의 임금이 적게 오르더라도 갑을오토텍에 절대로 핍박받고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곧 정년퇴직을 하게 되지만, 후배들을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식사팀에서 배식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선(가명)씨는 3년 전에 이 회사에 직원식당 정규직으로 입사하였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정년 퇴직하자 회사는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자 하였으나 노동조합이 이를 막아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근무할 수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죠. 잘 먹어야 열심히 투쟁할 수 있잖아요. 즐겁게 합니다. 힘든 것 몰라요."

이씨 옆에서 더운 김을 쐬어 가며 종일 국을 끓이는 박순옥(가명)씨는 "밥 잘 해주고 국 잘 끓여주는 게 파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식당에서 20년 넘게 근무하여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박씨는 재작년까지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가요도 몰랐어요. 작년에 조합원들이 눈 다치고 갈비뼈 부러지고 머리를 연장으로 때려 뇌진탕 걸리는 걸 보면서 해도 너무한다 싶어 참여하게 되었어요. 일하다가 손을 다쳐 일을 못할 때가 있었는데, 노동조합이 있어 산재 신청하고 고용불안 없이 쉴 수 있었어요. 정직원들은 그만큼 일도 열심히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하거든요. 저는 회사를 오늘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젊은 후배들 위해 싸우는 겁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이에요."

 

박씨는 이전에 한 회사였던 옆에 있는 대유위니아(구 위니아만도)에서 정규직이었던 직원 식당을 외주화하면서 음식 맛이 없어져 그 곳  노동자들이 갑을오토텍에 와서 밥을 먹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큰 들통에 담긴 국을 휘휘 젓는다. 대우위니아는 생산직도 이미 비정규직 외주화가 되어있다.

 

함께 산다는 인간의 마음으로 하는 투쟁

 식사시간에 배식 중인 식사팀 조합원들
ⓒ 연정

지회 손찬휘 사무국장은 향후 10년 이내에 현재 근무 중인 노동자들의 70~80%가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데, 사측은 이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측이 제시한 단체협약 대표적인 개악안 중에 하나가 이 부분 입니다. 기존에 외주화 시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를 하게 되어 있던 조항을 '협의'로 바꾸자고 하는 겁니다. '협의'로 바꾸게 되면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할 수가 있거든요."

 

이 회사는 2008년도에 경비업종 외주화 시 노사 간 합의로 의결한다는 현안문제 합의서를 작성하고, 여기에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초에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경비노동자들을 생산직으로 인사변경하고, 잡마스터 용역 경비들을 투입하였다. 노동조합의 경비 외주화를 막는 투쟁으로 인해 사측은 회사 안에 용역 경비를 들이지 못하고 관리자들이 경비 업무를 하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에서는 기존 단체협약 효력을 인정하고 회사의 일방적인 용역경비 인력 투입을 법 위반이라고 하였다. 손찬휘 사무국장은 회사가 8월 1일 잡마스터 용역들을 정문 앞에 배치한 것도 위 판결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방효훈 대외협력국장은 경주 발레오 등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자극하기 위해 경비나 식당 회주화 등 가장 약한 부분을 먼저 공격 한다고 이야기한다. 조합원들이 생산 라인을 건드리면 반발하겠지만, 자기와 상관 없는 가장 약자라고 생각하는 식당이나 경비 문제를 건드리면 '내 일이 아니니까, 나와 상관 없는 문제니까' 하면서 동의해 줄 거라는 회사의 노조파괴 전략에 의한 것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전체를 공격하는 것을 막아내는 방어막으로 경비나 식당 외주화를 허용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한 겁니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실제 그런 것들이 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가장 약한 우리의 동료들을 버리는 행위에 동의하기도 했었습니다."

 

방 국장은 갑을오토텍에서는 단 한명의 노동자도 그런 회사의 입장에 동의하거나 동조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흔들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것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함께 산다'는 인간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날 집회에는 조합원의 자녀들도 참석하여 농성 중인 부모님에게 쓴 편지글을 낭독하기도 했다. 조합원의 딸 정유희씨가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티 한 번 안내고 3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아버지를 외롭게 했다며 울먹이며 편지 낭독을 한다.  

 

"진짜 오랜만에 아빠 얼굴 봤을 때 너무 반가워서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는데, 얼굴이 많이 상하고 살이 많이 빠진 아빠를 보니까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아빠 앞에선 '살 빠지니까 더 젊어 보이는데' 라고 괜히 철 없는 말만 했었어. 나는 '유희야, 아빠 배고픈데 라면 하나 끓여줄래?' '유희야 아빠 컴퓨터 좀 알려줘라.' '유희야 아빠랑 도서관 가자.' 이런 아빠의 작은 부탁들이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몰라. 아빠 집에 돌아오면 내가 라면도 투정 없이 끓여주고, 다정하게 손 잡고 산에도 가고, 컴퓨터도 알려줄게. 나랑 엄마랑 경희는 아빠가 어디에서 뭘 하든 언제나 아빠 편에서 든든한 힘이 될 거야. 우리 가족, 앞으로 당연한 것에 그리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며 살자."

 

함께 라면 끓여 먹고, 손 잡고 산에 가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한 작은 소망이 이루어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갑을오토텍 투쟁 연대 요청 웹자보
ⓒ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중단 충남범도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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