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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설악산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엉터리 자료로 만들었다

[한겨레]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인 현지조사표에
고도, 좌표 등 기록 없는 사례 수두룩
현지조사표는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의 근거자료인 현지조사표에 조사 위치 등이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가서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 양양군로부터 환경영향평가서(초/본안)의 현지조사표 등을 받아 분석해 보니, 총 67건의 현지조사표 가운데 55건의 현지조사표에서 해발고도와 좌표 등으로 구성된 장소 표시가 없었다.

 

예컨대 지난 5월26~27일 이틀간 김아무개 연구원이 서명한 ‘육상동물상 현지조사표(포유류)’를 보면, 조사지점이 “강원 양양 서면 오색리”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해발고도나 좌표, 면적, 경사 등의 정보는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또 환경영향평가서에 조사날짜가 적혀 있는 닷새 치에 해당하는 현지조사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국회 서형수 의원실이 공개한 환경영향평가서 제출본. 현지조사표 작성 지침에 따라 정확한 위치와 그곳의 정보를 적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사시간도 오전 8시~오후 5시 정도로 지나치게 폭넓게 잡아 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국립생태원은 평가서에 대한 검토서에서 “현지조사표의 가독성이 낮고 조사 시기별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동식물 분야 참여자가 다른 분야의 조사자로 제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생태원 쪽에 알아보니, 이럴 때는 거짓으로 조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형수 의원은 “이런 부실 사례들은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대상에 해당한다. 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니 만큼 해당하는 법적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양군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대행한 용역업체의 야장표(야외조사 때 기록하는 노트) 같은 것까지 일일이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조사를 통해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환경영향평가서는 양양군청이 평화엔지니어링과 화신엔지니어링 2곳에 의뢰해 작성됐다.

 

이밖에도 “송전선로 사업보다 산림 훼손 더 크다”는 내용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빠진 사례도 있었다. ‘산양 정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마련' 중간보고서에는 케이블카 사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존 송전선로 사업은 정기점검 외에는 부지에 사람이 출입하는 일이 비교적 드물지만, 케이블카는 운행과 정기점검 등으로 단절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사료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 내용이 누락되었다. 아울러 양양군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오색삭도 설치사업 관련 동물(산양)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조사'에서도 “인간 간섭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많이 나왔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이 내용 역시 평가서에는 빠졌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서는 방대한 양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면 보완단계를 거쳐 해결할 수 있다.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니다. 산양 호르몬 조사 결과는 아직 전부 끝난 것이 아니며, 공사 중-공사 후 단계에서의 영향까지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케이블카 설치 공사는 그대로 진행하되 그와는 별개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조사 및 참여자 명단에 외부전문가로 명시된 전문가 한 명으로부터 “실제 참여한 바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부터 끝청(대청봉 정상 1.4㎞ 지점) 사이 3.5㎞ 구간에 시간당 825명을 실어나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것으로, 강원 양양군은 지난해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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