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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신질환 산재 인정 취소하라" 소송 낸 유성기업

[한겨레] ‘노조탄압’ 이후 우울증 겪는 노동자
산재 인정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소송
노조 “노조파괴 흔적 지우려는 것”

 

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민주노총 등 76개 단체로 구성된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창조컨설팅이 개입된 2011년 회사 쪽의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이후 노사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 유성기업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 5명이 노사갈등에 따른 정신질환을 근거로 받은 산업재해 인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사실이 확인됐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투쟁대책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회사 쪽에 소송을 취하하고, 고용노동부의 명령에 따라 노동자들에 대한 임시건강진단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유성기업은 지난해 2월부터 우울증·적응장애 등을 사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고 요양급여와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 등 5명에 대한 산재 인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아무개 조합원은 오는 18일 소송 선고를 앞두고서야 회사 쪽의 소송 제기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산재승인은 회사 쪽의 산재 보험료 할증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소송대상이 된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승인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경우는 많아도 회사 쪽이 소송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소송을 낸 회사의 대다수는 시공능력 평가에 산재 현황이 반영되는 대규모 건설사들”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이 낸 산재승인 처분 취소소송은 지난해 41건, 올해 9월 말까지 33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회사가 산재승인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내는 것은 회장의 부당노동행위 재판 선고를 앞둔 유성기업이 최대한 자신들의 노조파괴 범죄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가 소송을 통해 조합원들의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2011년 회사 쪽에 가까운 제2 노조를 설립해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돼 오는 4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용부가 명령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노사갈등과 회사 쪽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내린 징계 등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정신질환을 호소하자, 고용부는 지난 7월 노동자들에 대한 임시건강진단을 시행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임시건강진단 위원회 구성 과정에 금속노조가 아닌 제2 노조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어 3개월 넘도록 건강진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인권운동사랑방·일과건강·노동환경연구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유성기업 직장내 괴롭힘 및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이 유성기업의 금속노조 조합원 241명(전체 306명)을 대상으로 사회 심리적 건강의 위험 정도를 분석한 결과, 건강군에 속하는 사람은 6.1%에 그쳤고, 잠재적 스트레스군에 속하는 사람이 93.0%에 이르렀다. 2명(0.9%)은 스트레스 고위험군이었다. 회사의 징계조사를 앞두고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 조합원 역시 우울증을 근거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난달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한겨레>는 유성기업 회사 쪽과 유성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을 통해 회사 쪽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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