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정미 대표,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 '오늘은 내가 동물대변인!' 축사

이정미 대표,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 '오늘은 내가 동물대변인!' 축사

일시: 2017년 10월 15일 오후 2시
장소: 국회 앞마당 개헌자유발언대

오늘 동물의 대변인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김한정 의원님과 함께 자리하게 돼 더욱 뜻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카라 회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천 년 전, 노예는 '말하는 도구'로 취급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어느 누구도 인간을 노예로 취급할 수 없고, 인간은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지닙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들도 더이상 사람의 먹잇감, 놀잇감, 실험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습니다.

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수천 킬로미터를 맘껏 유영하고 싶어하는 고래들이 있습니다. 좁은 케이지를 벗어나 평원에서 힘껏 달리고 싶어하는 동물들도 많습니다. 이 동물들은 그 무엇보다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역시 고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 여러 기본권 신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논의가 남성 기본권 중심 사회에서 여성, 아동, 노인의 기본권으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그 영역은 동물로까지 넓혀져야 합니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선언을 낭독한 일이 벌써 40년 전 일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함께 나서야 합니다.

이번 개헌에는 반드시 동물권을 명시하고, 동물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책임과 의무를 못 박아야 합니다. 헌법상에 동물의 기본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도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동물을 물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통과가 쉽게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여기 계신 김한정 의원님과 여러 동료 의원님들이 많이 도와주실 거라 기대합니다.

동물보호법도 아직까지 동물 권리 그 자체에 대한 보장이라기보다는, 동물을 인간이 '관리'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수준에 개정 논의가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해, 모법으로서 기본정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동물권을 보호하자는 주장에 감상주의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제가 얼마 전 인상 깊게 읽은 책의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영국의 사회개혁 운동가 헨리 솔트가 무려 113년 전 발간한 <동물의 권리>라는 책에서 이야기 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동물의 권리 옹호에 나서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문명화, 인류의 발전, 인류애가 모두 인도적 본능의 발전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저는 동물과 어울려 사는 인간이 진정한 문명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쪼록 오늘 행사가 동물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다 확장시킬 수 있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이번 헌법 개정 과정에서 동물권이 꼭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c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