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겨레)"경비업무 외주화로 파업 유도"..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 공개

[한겨레]2014년11월 노무법인 컨설팅 내용
파업유도, 직장폐쇄, 선별복귀 등
‘노조파괴 위한’ 단계별 전략 담겨
노조 “현재 직장폐쇄도 시나리오 일부”
회사 “노조 주장은 꿰맞추기일 뿐”


 

열흘째 직장폐쇄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 납품업체인 충남 아산의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Q-P 전략 시나리오’라는 이름의 이 문건에는 “경비노동자 외주화 등을 미끼로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조를 파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갑을오토텍이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2014년 10월 작성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인 ‘K-P 전략 시나리오' 표지. 해당 문건은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의 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증거가 된 ‘Q-P 전략 시나리오'와 일부 오타를 제외하곤 대부분 일치한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제공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4일 오전 11시 갑을오토텍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Q-P 전략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박효상 전 대표이사의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압수한 문건이다. 박 전 대표이사는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을 채용해 제2노조를 설립한 뒤 폭력사태를 유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 문건은 유성기업 등 노조파괴 컨설팅을 했던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가 설립한 ‘노무법인 예지’가 2억5천만원에 갑을오토텍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지난 2014년11월 작성한 것으로 경영진에게 브리핑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표지엔 ‘대외비’ ‘최상위 보안등급’이라고 적혀있다. 문건 작성 한달 뒤 회사는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들을 채용했다.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 문건 일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 문건 일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문건 들여다보니…“경비업무 외주화해 파업유도”

문건을 보면 “경비업무 외주화를 노조에서 비정규직 전환의 시발점으로 인식→경비업무 외주화 적극 반대 예상→파업돌입 예상→파업 돌입 디-데이(D-day)의 시발점 역할”이라고 적혀 있다. 또 “파업 디-데이 계획에 맞춰 외주화를 시행”한다며 “투입인원 중 3명은 용역으로 투입하고 어려울 경우 전원 젊고 건장한 인력으로 투입”한다고 적혀있다. 회사는 실제로 지난 1월3일 정문 경비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했고, 노조는 “일방적인 경비용역 외주화는 2008년 노사 단체협약에 위배된다”며 경비용역 배치를 막았다.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노조의 이러한 행위가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문건에는 또 파업에 들어가면 “직장폐쇄 및 선별복귀/징계 및 민·형사 고소”, “조합원이 사내 진입을 시도할 것 대비, 용역 및 신규인원 정문 및 진출로 배치” 등의 내용도 적혀 있다. 조합원을 강성·온건을 기준으로 에이(A)부터 디(D)까지 구분한 뒤 “1차적으로 전체 조합원의 30%를 선별복귀”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이후 “심리적 압박을 통한 제1노조(금속노조) 탈퇴 유도”를 위해 징계를 시행한 뒤, 집행부를 대상으로 고소고발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제2노조(특전사·경찰출신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노조) 형성에 조력한 다음, “감봉 징계시 학자금·장학금 지급이 중단되는 만큼, 제2노조가 이를 해소시켜주는 것을 조건으로 조합 탈퇴 및 제2노조 가입 유도”한다고 돼있다.

 

노조 “현재 직장폐쇄도 시나리오 연장선상”

노조는 이 시나리오는 지난해 6월 제2노조의 조합원에 대한 폭력 행사로 인해 중단됐지만, 올해의 직장폐쇄도 이 시나리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직장폐쇄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일부 공정을 외주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지난해 3월 ‘구매개발팀’이 작성한 ‘외주화 검토결과 보고’를 보면 13개 품목에 대한 외주화 가능업체에 대해서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또, 권 전 노무부문장이 작성한 ‘회사 정상화 방안 검토’ 문서에서도 “직장폐쇄와 동시에 경비용역 투입 및 공권력 투입 요청”이라고 적었는데, 지난달 26일 단행된 직장폐쇄 이후 회사는 지난 1일부터 경비용역을 배치했고, 공권력 투입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노조는 이번 직장폐쇄가 “노조파괴 목적의 불법적 직장폐쇄”라고 재차 주장했다. 노조를 대리하는 김상은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이번 직장폐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규정하는 노조파괴 목적의 부당노동행위를 위한 직장폐쇄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 문건 일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 문건 일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회사 “직장폐쇄는 회사 손실 막기위한 것…노조파괴와 무관”

회사는 이번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 작성돼 전 경영진이 처벌까지 받은 해묵은 문건을 노조가 들고나와 선전선동을 하고 있고 일고의 대응 가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지난해 경영진이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조차도 노조파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비상경영 선포를 하지 않는 경영진은 직무유기”라며 “예전에 작성된 문서를 바탕으로 노조가 지금 상황과 꿰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용역 외주화에 대해서도 “경비원이 정규직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주화를 한 것이지 노조파괴와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가 지난달 8일부터 관리직의 대체생산을 막아 물량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예전부터 파업을 반복해 노동자가 3일 일하고도 월급을 200여만원씩 지급하게 되는 등 손실이 커 직장폐쇄를 한 것”이라며 “정당한 직장폐쇄로 하루 속히 공권력이 투입돼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지난해부터 ‘노조파괴 시나리오’ 알았다.

고용부 천안지청이 해당문건을 압수한 것은 지난해 4월로, 특전사·경찰출신 제2노조원들이 금속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전이다. 그러나 폭력행위까지 이어진 노사간 대치를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고용부는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 전략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방조했다”며 “갑을오토텍 사태 해결을 위한 공권력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부 천안지청은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현 대표이사 등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직장폐쇄의 불법·합법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 천안지청 관계자는 “직장폐쇄 법에 명시된 요건을 갖춘 상태인데다, 직장폐쇄를 정부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법원이지 고용노동부가 아니다. 직장폐쇄를 중단하라고 할 수 있는 법적인 절차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행 노조법상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뒤에야만 할 수 있는 파업과 달리, 직장폐쇄는 신고만 하면 바로 단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장폐쇄가 발생할 때마다 방어적 목적이 아닌 노조파괴를 위한 ‘공격적 목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검찰이 불법적 직장폐쇄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음에 따라 경비용역이 배치되고 공권력 투입 얘기까지 나오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노조파괴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갑을오토텍 경영진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Rec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