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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CT) 국회 환경미화원의 웃음 "민주 전당에 봄이 왔다"

[TF현장] 국회 환경미화원의 웃음 "민주 전당에 봄이 왔다"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입장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가운데 미화원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더민주 남인순 의원실 제공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일이 절로 된다.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딨냐. 민주 전당에 봄이 왔다."

22일 오전 11시 15분 국회 본청 지하 1층에서 5명의 국회 환경미화원이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서 싸온 밥과 컵라면, 김치 등을 꺼내고 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소소한 일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숟가락을 든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다.

 

'직접고용'에 관해 묻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맙고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11년차라고 밝힌 이모(여) 씨는 "정말 눈물이 다 나더라. 정세균 국회의장께 감사할 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10년차 박모(여) 씨는 "그동안 우리가 깨끗하게 청소하고 궂은 일을 했던 것을 국회가 인정해준 것 같아서 감개무량하다"며 웃음을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회 구성원 중에는 환경미화를 책임지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모두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된 분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고용 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근로자는 모두 207명이다. 국회는 3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2월 계약이 만료된다. 이 때문에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환경미화원들은 정 의장이 직접고용 방침에 따라 시름을 덜게 됐다. 18·19대 국회에서도 이들의 직접고용을 약속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모 씨는 "우리는 파견된 사람들이다 보니 국회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 의장이 직접고용을 약속했으니 이제 가슴 졸이지 않고 살 수 있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8년차 김모(여) 씨는 "대부분 미화원은 새벽 3~4시에 일어나 가족들의 밥을 차려놓고 집을 나선다. 그 시각에는 전철이 없어 버스를 타고 국회까지 오면 5시 30분이다. 옷을 갈아입은 뒤 청소 준비를 하고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고 설명한다. 나머지 4명의 환경미화원도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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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직접고용으로 인해 대우와 월급 인상, 보너스, 법률이 정한 휴가 등을 기대한다고 한다. 또 각자가 생각하는 희망 사항이 있었다. 김 씨는 "일부 국회 직원들은 좀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을 좀 천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정식으로 국회 직원이 되면 대우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미화원은 "우리도 사람이다. 국회 운동장에서 단 하루만 친목회나 체육대회 같은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 1년도 안 바란다. 2년에 하루라도 미화원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박 씨는 "예전에는 미화원에게 한달에 20장의 식권을 줬는데, 식권 값이 오른 뒤에는 3장을 덜 준다. 3일은 도시락을 싸오든 사서 먹든 해야 한다. 월급도 적은데…"라며 아쉬워한다. 국회 본청에 있는 식당은 올해 초 식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식권 가격을 500원 올렸다.

이들은 벚꽃놀이 시즌과 국정감사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또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없냐고 묻자 저마다 하나쯤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씨는 "한 남성이 술에 잔뜩 취해 본청 앞 잔디에 노상방뇨를 할 때 경악했다. 어떻게 술 취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화원은 "며칠 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머리를 손질하러 국회에 일찍 나왔다. 그때 청소하던 저를 보고 다가와 악수하고 고생하신다며 직접 원두를 내려서 커피를 줬다. 그런 대접을 처음 받아봐서 울컥했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그러자 박 씨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전에 미화원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거든다.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입장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입장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고용에 대한 희망을 품고 깨끗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하겠다고 강조한다. 김 씨는 "점점 미화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 6년 전쯤 미화원 노조가 생기면서 차츰 나아지더니 이제는 국회 정식적으로 국회 직원이 될 수 있게 됐다. 자식에게도 더 떳떳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제집처럼 더 정성껏 열심히 일하겠다"고 웃어보인다.

 

국회 환경미화원의 직접고용 시기는 올해 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계약은 유효하기 때문에 고용 계약이 만료된 이후인 올 12월께 직접고용을 추진하겠다"며 "국회 내 간접고용 문제가 심각한데, 직접고용은 국회 변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를 직접고용 할 경우 3억9000만 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있고, 절감된 예산을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20만 원, 약 17%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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