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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단독]가습기 살균제, 이번엔 '코 섬유화' 가능성

[경향신문]ㆍ‘가습기 메이트’ 피해 아동 ‘비점막 병변’ 진단서 공개

 

애경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로 인해 폐뿐 아니라 코에서도 섬유화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정부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가습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물질이 애경 제품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5년째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27일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피해를 입은 10세 어린이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섬유성 골형성 이상증’ 진단서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 어린이가 다른 병원으로부터도 비점막에 섬유화 병변(질병으로 변화한 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기존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폐가 딱딱해져 결국 사망에 이르는 ‘폐 섬유화’였다면, 이 어린이의 증상은 일명 코(비강) 섬유화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 어린이의 코 섬유화가 CMIT, MIT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메이트’에 의한 피해인지는 전문가 판단을 통해 최종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기존에 정부가 폐 섬유화만 인정하며 다른 피해에 대한 연구나 조사, 판정에 뒷짐 지고 있던 행태가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환경부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이외 질환에 대해 연구, 조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에서 코 섬유화 부분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에 피해자들의 상태가 호전되는지 여부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자체 작성해 공유하고 있는 ‘피해자 폐상태 모니터링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계속해서 폐기능이 악화되는 피해자들이 다수지만 정부는 이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PA가 2006년 가습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물질이 국내에서는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에는 “2011년 ‘애경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품의 성분 분석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의뢰한 결과 페브리즈에 사용되고 있는 살균물질 DDAC(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가 검출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송 변호사는 “이 물질은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으며 다수의 논문에서 유독성이 확인된 물질”이라며 “정부는 2011년 이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서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EPA의 ‘DDAC에 대한 적법성 판단’ 보고서에는 해당 물질을 가습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는 2006년 작성된 것으로 EPA는 어른과 어린이 모두 흡입할 경우 위해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이날 송 변호사가 공개한 정보공개청구 내용대로라면 미 정부가 2006년부터 가습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물질이 한국에서는 2011년까지 버젓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다.

 

EPA는 BKC(염화벤잘코늄·ABDAC로도 불림)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해당 물질을 가습기에 사용하지 말도록 조치했다. BKC는 1997~2003년 사이 LG생활건강에서 판매한 119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살균물질이다. 두 보고서에는 두 물질이 피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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