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KBS) [뉴스플러스] 아예 이를 소금으로 닦아 버릴까?

아예 소금으로 닦아 버릴까?

매일 아침 세면대 앞에서 치약을 쳐다보며 짧은 고민이 이어진다. 이걸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동안 삼켜도 된다던 치약을 뱉으라고 재촉한다. 이 무슨 난리인가? 편리하게 쓰려고 산 생활용품들이 애물단지로 변한 것이다.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의심과 불만도 크게 늘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26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고통 속에 있다. 아직도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매일 쓰는 치약과 구강청정제, 공기청정기 필터, 비누, 샴푸, 화장품에까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 아닌가?

부끄러운 식약처

이번 사안이 알려진 건 한 야당의원이 국감자료를 통해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문제가 된 치약의 원료를 공급하는 미원상사라는 중소기업 업체에 납품하는 원료에 독성물질이 포함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문제를 아모레퍼시픽에 제기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제품을 검사했더니 정말 문제가 되는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것.

이것을 알고 아모레퍼시픽이 자진해서 식약처에 신고했는데 당초 괜찮았다고 얘기했던 식약처가 업체 쪽에 신고를 받고 마치 본인들이 스스로 적발해 회수조치 한 것처럼 발표했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제조업체인 아모레퍼시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아모레 측은 납품하는 원료에 독성물질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제조업체, 주무부처 모두 독성물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7일 자사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속 유해 성분인 CMIT와 MIT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전량 교환 또는 환불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감, 이 와중에 한 건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수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이자 유독물질로 사용이 금지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치약뿐 아니라 구강청결제· 세제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회수 명령이 내려진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에 사용된 CMIT·MIT 함유 원료물질을 공급한 미원상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코씰·미성통상·아이티산업 등 3개 업체에도 동일한 물질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원상사가 공급한 CMIT·MIT 함유 원료물질은 모두 12개로 30개 업체에 납품됐고, 이 가운데 치약과 구강청결제 등에 사용되는 원료물질 7종은 18개 기업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7종을 공급받은 업체는 코리아나화장품·코스모코스 등 국내 업체가 14곳, 외국 기업이 4곳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가 사용된 메디안 치약에 대해 조경규 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구강청결제와 치약제 등 의약외품에 CMIT·MI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의원은 "독성물질이 함유된 원료가 어떤 제품에 들어가 유통됐는지 확인이 안 되고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미원상사가 공급한 CMIT·MIT 함유 원료물질을 공급받은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사인 아모레 퍼시픽 환불조치 결정 이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는 접수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47만 6천여 개가 환불 처리됐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는“치약에 함유된 성분이 구강의 점막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경우, 또는 실수로 삼킨 경우에는 인체 유해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의문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식약처는 아모레퍼시픽이 해당 치약을 제조할 때 사용한 원료가 다른 업체 30여 곳에서도 쓰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게 아니라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문제의 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안전성부터 가리는 것이 먼저다.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규정과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혜승기자 (haeseung@kbs.co.kr)

Rec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