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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획] 산양에 막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환경부 승인을 받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연내 착공도 어려워 보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케이블카를 운행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과 함께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양양군의 숙원 사업인 오색케이블카는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설악산 끝청(해발 1480m)을 잇는 3.5㎞ 노선이다. 2012년과 2013년 잇따라 퇴짜를 맞았지만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따냈다.

 

 

환경부는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하면서 설악산에 서식 중인 산양에 대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 7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산양 서식지 추가 조사,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마련이라는 첫 번째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다.

 

5일 환경부와 양양군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관건은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의 서식지다. 양양군은 지난 7월에야 산양 추가조사 등의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정책연구를 수행하는 자문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서를 냈다. KEI는 “산양 및 멸종위기종, 법정보호종에 대한 정밀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선 안건 심의가 보류됐다. 이달 말 산양 서식지 용역 결과가 나오고 난 뒤에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양양군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양양군 오색케이블카추진단의 전직 단장과 삭도행정담당 공무원 등 2명은 환경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기소됐다. 경제성 부분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객관성 시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4일 국정감사에서 “산양 정밀조사에 밀렵전과자 2명이 포함됐다”며 객관성이 결여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유령보고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EI는 의견서에서 “경제성 분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어 환경영향평가를 단기간에 추진하는 것보다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강원행동 등은 강원도청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하는 한편 서명운동,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환경 훼손이 저평가됐고, 경제적 성과는 과대평가됐다”며 환경부의 사업고시 철회, 모든 행정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와 양양군은 사업 불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양군 관계자는 “초기 계획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다음 달 말까지 모든 심의를 통과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사업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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