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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하철 탈선사고를 극비 훈련으로 조작한 인천교통공사 들통

[한겨레] 공사 쪽, 탈선 의혹 제기되자 “극비 모의훈련” 조작
인천시·국토부에 허위보고…언론엔 “(훈련) 영상 없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 영상 입수해 뒤늦게 진실 밝혀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으로 둔갑시키고,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허위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을 통해 두달 만에 들통이 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이 6일 공개한 인천교통공사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8월7일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 선로에서 전동차가 탈선해 불꽃을 일으키며 미끄러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되어 있다. 당시 공사가 ‘모의 훈련상황’이라고 설명한 사건의 실체가 알려진 순간이다.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훈련이라고 볼 수 없는 아크(불꽃)가 발생하고 열차가 탈선으로 틀어진 모습이 역력히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영상을 갈무리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훈련이라고 볼 수 없는 아크(불꽃)가 발생하고 열차가 탈선으로 틀어진 모습이 역력히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영상을 갈무리

2량으로 연결된 전동차는 당시 기관사 수동운전으로 주행하다가 후미 차량의 바퀴가 강한 불꽃을 내며 선로를 벗어났다. 탈선 당시 전동차는 종점인 운연역에서 승객을 모두 하차시키고 차량기지로 향하던 터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는 7월30일 개통한 지 1주일 만에 9건의 장애가 발생해 수시로 전동차 운행이 중단되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에 탈선 의혹이 제기되자 인천교통공사는 당시 “미리 계획한 모의훈련”이라며 “사고가 아니라 공사사장 직무대행, 기술본부장, 관제실장 등 극소수 간부만 아는 탈선훈련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현장 직원도 모르는 극비훈련이었단 설명이다.

 

일부 직원들은 “통상 훈련이라면 관련 복구 장비들을 사전에 준비하는데, 이 사고 경우엔 인천지하철 1호선 귤현기지에서 대차 바퀴를 거치하는 장비인 ‘리레일러'를 급히 가져왔다”고 지적했으나, 공사는 보란 듯 ‘훈련 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보고까지 했다. 그리고 언론엔 관련 영상이 없다고 잡아뗐다.

 

이정미 의원은 “당시 영상을 보면 훈련이라고 볼 수 없는 아크(불꽃)가 발생하고 열차가 탈선으로 틀어진 모습이 역력히 확인되는데도 훈련으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교통공사는 6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통 초기 각종 장애로 사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탈선 사고까지 알려지면 시민 불안이 증폭될 것 같아 훈련으로 가장했다”며 탈선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탈선 장소 주변에 여러 대의 시시티브이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루 40만명이 이용하는 인천지하철 1·2호선의 운영기관인 교통공사가 시민 안전을 뒷전에 둔 채 직속 상부기관과 언론까지 속이는 조작극을 벌인 셈이다.

 

이정미 의원은 “‘실제를 가상한 훈련’이라면 이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가상훈련이었던 셈”이라며 “교통공사는 탈선사고를 은폐하고 국토교통부는 사고 은폐를 방조했으며, 노동부는 작업자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안전관리를 공사의 말만 믿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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