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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말 뒤짚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고통 가중하는 정부

[오마이뉴스이종란 기자]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노숙농성이 1년을 경과했다. 삼성 서초 사옥 앞 농성장을 차리고 4번의 계절을 맞이한 것이다. 지난 노숙농성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고 그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한편, 삼성은 이번주 목요일인 27일 이재용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반올림은 이재용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만일 이재용이 이 문제에 외면할 시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 기자 말

 

삼성의 심장부 삼성 서초 사옥 아래 비닐 한 장에 의지한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7일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LCD 공장의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조정위원회'를 '보류한다'는 말로 무력화시켰다.

 

그래서 반올림은 이날부로 삼성 앞에 그대로 눌러 앉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삼성 반도체·LCD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진심어린 사과, 배제 없는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올해 1월 농성투쟁의 성과로 재해예방대책은 삼성과 합의 했지만 아직 많은 피해자가 사과·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삼성은 보상·사과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 문제가 다 끝났다고 말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다. 조정위 권고안을 거부해놓고 삼성은 조정위 권고안을 무시하고 만든 자체 보상위원회가 조정 권고안을 이행하는 것이라 말한다.

 

문제가 있는 보상위원회에 보상 신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들, 조정권고안에는 보상대상에 포함되나 삼성 자체 보상위원회에서는 배제돼 보상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음에도 삼성은 다 해결됐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말 바꾸기와 왜곡은 삼성이 한해 2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언론사 광고홍보비로 주는 덕에 언론 기사들을 통해 사실로 둔갑된다.

 

또한, 삼성은 보상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부조의 성격이지 직업병 발생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법원과 공단을 통해 산재를 인정 받은 13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책임 인정 없이 단지 위로금 몇 푼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 지난 9년간 삼성 이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삼성도, 정부도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농성중인 반올림.
ⓒ 반올림

 

삼성 못지않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체가 바로 기업 편에선 정부다. 첨단전자산업에서 심각한 직업병 발생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아니, 오히려 고용노동부의 경우 삼성의 안전보건자료들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자료제공조차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해노동자가 산재를 입증할 방법이 없음에도 여전히 산재의 입증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부당한 제도에 대해서도 전혀 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올해 5월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악성림프종 사망노동자 고 박효순(28)씨에 대한 산재(업무상질병) 유족급여신청에 대해 승인결정을 내렸다. 2012년 10월 공단에 산재신청 접수를 한 뒤무려 3년 8개월이나 걸렸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사망한 설비엔지니어 고 이경희, 고 송유경 님의 유족급여청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폐질환연구소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삼성 및 협력업체의 조사거부 등 어려움으로 인해 최종 공단의 산재승인까지 근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 입증책임의 제도(증명 곤란시에 불이익은 노동자가 지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산재인정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쉬이 줄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기업의 은폐와 조사방해의 엄연한 현실 하에서 이로 인한 지연 뿐 아니라 산재 판단의 잣대에 대한 논쟁으로 더욱 시간이 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진행된 389건의 산업재해 역학조사에서 현장방문을 거부하거나 신청인 및 대리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업장 16곳 중 절반인 8건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협력 업체였다.

 

언제까지 기업의 궁색한 변명과 방해에 산재입증 곤란의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입증곤란의 불이익을 결국 재해자가 져야 하는 부당한 노동자 입증책임 제도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인가. 이제 전면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산재인정은 손쉽게, 직업병 예방 대책은 철저히 하자는 상식이 더 이상 지체 없이 법 제도로 현실화 되어야 한다. 이것은 최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인권 특별보고관이 대한민국 정부를 향한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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