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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비업무 외주화, 노조 파업유도"..'갑을오토텍 시나리오' 문건 공개

[경향신문]ㆍ금속노조, 노동지청서 압수한 자료…“현재 진행형”

 

노사가 열흘째 대치 중인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 갑을오토텍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Q-P 전략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경비업무 외주화를 통한 노조의 파업 유도, 직장폐쇄, 공권력 투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속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비례) 등은 4일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을오토텍의 노조 파괴 작업이 이미 수년 전 계획돼 현재도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지난해 4월23일 갑을오토텍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자료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상은 변호사가 지난달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 등에 대한 재판기록을 검토해 입수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가 확보해 4일 공개한 노조파괴 전략 관련 문건들.

 

시나리오를 보면 노조 파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이 적혀 있다. 신규인원 채용(경찰·특전사 출신) 이후 제2노조 설립 후 파업 유도, 직장폐쇄, 경비용역 투입, 관리직 대체근무, 불법부당행위 채증, 공권력 투입 요청, 노조원의 선별적 복귀 등이다. 복귀의 경우 노조원의 성향을 분류해 금속노조 산하 제1노조에서 탈퇴해 친기업 성향의 제2노조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식이다. 이는 이미 박 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으로 지난해 기업노조의 폭력사태 유발 등 부당노동행위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계획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지난달 시행된 사측의 직장폐쇄 등이 시나리오의 일부로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헌 갑을오토텍지회장은 “문건의 핵심은 직장폐쇄와 동시에 경비용역을 투입하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라며 “현재 모든 상황이 문건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조합원 의식화 방안으로 ‘경영위기 상황임을 직접 인식하게 해 위기감 조성’이란 내용이 있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10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지회에 예고했다. 문서에는 또 ‘경비업무를 외주화시켜 노조의 파업 돌입 시발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돼 있다. 갑을오토텍은 올해 1월3일 경비원 4명을 생산직으로 전환하고 경비를 외주화했다. 지난달 26일 직장폐쇄를 진행한 뒤 지난 2일 경비용역을 투입한 것도 관련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게 지회의 주장이다.

 

갑을오토텍은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 따른 필연적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정민수 갑을오토텍 인사노무부문장은 “비상경영의 경우 당시 120억원의 손실이 예상됐던 상황으로 관련 시나리오와 무관하다”며 “경비 외주화 문제는 (갑을오토텍의 전신인) 만도공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라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은 “사측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수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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