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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수첩] 생활 속 화학물질 공포 벗어날 수 없나

언제부터인가 치약을 짤 때, 머리에센스를 바를 때, 물티슈를 사용할 때 지금 내가 쓰는 제품이 안전한걸까 불안감이 생겼다.  친환경 브랜드 제품에서도 형광증백제(표백작용) 성분이 검출되면서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 과연 있기는 할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생활용품 속 유해화학물질 검출 소식에 같은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유해환경 노출에 민감한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선 무려 99.2%의 임산부가 생활 속 화학물질 제품 노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은 불안을 해소시킬만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의약외품, 화장품 등에 대한 2017년도 안전관리 예산을 43억원 감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안전에 대한 예산을 증액해 대대적인 조사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말이다.

 

기업은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하면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원료공급 업체 등 하청업체가 유해성분을 사용한 것이라며 하청업체를 탓한다. 기업은 판매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사 제품을 ‘친환경’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생활용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환경부, 식약처 등 관련 기관들이 유해화학물질 성분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헤어에센스와 치약 속 CMIT/MIT(가습기살균제 성분)는 각각 서울시와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실에서 발견한 것이다. 환경부와 식약처 등 관련 정부기관들은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생활용품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해야한다.

 

기업은 자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이 성분이 유해한지 정도는 파악해야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시민단체에서 기업에 제품의 안전정보나 증빙자료를 요청했을 때 없다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기업 스스로 제품의 안전성을 꼼꼼하게 테스트하고 내부적으로 원료물질에 대해 관리하는 기능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얼마 전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 공판을 마치고 만난 한 피해자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전한 말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 제품에 써 있는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보고도 불안해 본사에 전화까지 걸었다고 한다. 본사의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 제품을 사용했지만 결국 두 아이를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배신감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윤형 기자 diyi@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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