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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옥시, 사과는 하지만 책임은 회피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태 사망자 853명 가운데 607명이라는 사망자를 낸 옥시 레킷벤키저는 "피해자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흐른 29일 국회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장에서 말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진상규명을 위해, 그리고 사과를 전하길 바랬던 영국 본사 CEO, 전 CEO 등 대다수의 증인들이 불참한 채 열린 청문회였기 때문이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9일 청문회를 열고 옥시레킷벤키저 아타 샤프달 대표를 비롯해 옥시레킷벤키저 대외협력 이재원 전무, 성재혁 건설생활시험연구원, 가습기살균제 개발자 노승권 박사, 한빛화학 정의웅 대표, CDI 이승엽 대표, 조명행 교수 전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 김앤장 장지수 변호사 등 15명의 증인이 출석한 채 청문회를 진행했다.

특위는 이날 청문회를 위해 증인·참고인 28명을 채택했지만 옥시 본사 관계자 등을 포함한 13명이 출석답변을 하지 않거나, 불출석 입장을 전달해왔다.

증인 출석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며 시작된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는 여야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요 핵심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등 옥시 본사 관계자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레킷벤키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가족들이 흘린 눈물로 만들어진 청문회인 만큼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는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으는 자리"라며 "부디 국민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청문회 시작을 알렸다.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승엽 CDI 대표, 오른쪽은 정의용 한빛화학 대표.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99.9% 안심'이라는 표기로 많은 아이들을 사망케 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대한 질의부터 옥시는 책임을 회피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사고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화학물질 테러"라며 "옥시는 특히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를 넣어 많은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표기된 문구에 대해 물었다.

김 의원은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는 옥시 내 직원들에게도 흡입독성 및 안전성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는 빼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고, 무슨 근거로 그 문구를 붙이는지에 대한 우려사항이 있었음에도 강압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란 주장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옥시 측의 설명을 듣고자 했다.

이에 대해 아타 샤프달 현 옥시 레킷벤키저 대표는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는 확인이 되지 않은 문구였다. 처음 유공(현 SK케미칼)에서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됐을 때부터 확인되지 않은 문구들은 사용이 돼 왔다. 당시는 확인없이도 문구 사용한 것이 많을 시기였다"고 답했다.

이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아타 샤프달 대표에 "진심으로 피해자들에 사과하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고, 아타 샤프달 대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많은 시간동안 피해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해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정미 의원은 "국내에서는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까지 하겠다는 옥시는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이 어떠한 단계에서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 UN특별보호관에 옥시는 이미 표시광고법 위반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어떠한 법적 책임이 없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사과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없다."

이에 아타 샤프달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전적인 책임은 지지만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하다"고 회피했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도 "옥시 레킷벤키저가 사과는 하고 있지만, 영국 본사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다"며 "영국 레킷벤키저의 성의있는 사과를 요구한 바 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아타 대표의 의견을 물었다.

아타는 "그 건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한의 최대한 협력을 했다. 영국 레킷벤키저 CEO도 이러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고, 영국방문을 바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조를 했다고 생각한다"로 일축했다.

현장의 피해자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아타 샤프달 대표의 답변은 신창현 의원의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아타 대표에게 "최근까지 피해자 수는 계속 늘었다. 현재 옥시로 인한 피해자가 몇 명이고, 사망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아타 대표는 대답을 하지 못한 것.

이같은 아타 샤프달 대표의 태도에 신 의원은 "옥시의 제품으로 인해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숫자도 모르고 청문회에 출석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며 "피해자도 모르고 사망자도 모르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도덕성인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로펌 김앤장의 장지수  변호사는 질의 내내 모르쇠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과 현장에 있는 피해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계속되는 김앤장의 묵비권에 우원식 위원장은 "이 청문회는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라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만들어진지 22년, 그 사이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죽어갔고 그 유족들이 눈물을 닦고 만든 자리"라며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재판을 핑계로 자신의 잘못까지 은폐하려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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