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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 또 백남기 부검 시도뒤 철수

[한겨레] 병력 1천여명 오후 늦게 돌아가
시민들 영장시한 자정까지 지킴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 집행 기간 만료일인 25일 경찰은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가족과 시민들의 저항으로 집행하지 못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유가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재신청을 포기하라”고 맞섰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3시 1천여명의 경찰들과 함께 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장례식장 앞에 모인 시민들과 대치하다 오후 6시께 돌아갔다.

 

고 백남기 씨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시한 마지막날인 25일 오후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부검영장 집행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 백남기 씨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시한 마지막날인 25일 오후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부검영장 집행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경찰이 돌아간 뒤 백남기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권의 패륜무도한 부검 강행 시도가 국민의 힘으로 저지됐다”며 “특검을 실시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남김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이제라도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게 부검 영장을 재신청하자 말라”고 요구했다.

 

이날 장례식장 앞에는 경찰의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조합원들과 일반 시민 500여명이 모여 “내가 백남기다”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도 시민들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에 앞서 가톨릭 신부와 수녀, 신자들은 2시간 단위로 시국미사를 열어 백남기 농민의 영면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다음은 백남기 투쟁본부 기자회견문이다.

<회견문>박근혜 정권의 패륜무도한 부검 강행 시도가 국민의 힘으로 저지되었습니다!

우리는 고인을 기어이 지켜내고야 말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뒤, 고인의 사인을 조작하여 책임을 회피해보려 했던 박근혜 정권의 파렴치한 시도를 국민들이 막아주셨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직후, 몰려드는 수천의 경찰병력에 맞서 수백의 시민들, 시민사회단체와 대중단체 활동가들, 야당 국회의원 분들이 달려와 고인을 지켜주셨습니다.

수만에 달하는 국민들께서 빈소를 방문해주셨고, 한 달 내내 빈소를 지켜주신 분도, 고된 일상 속에 황금같은 휴식시간을 쪼개 빈소를 지켜주신 분도, 밥차를 몰고 오셔서 한 달 내내 계신 분도 계셨습니다. 시간이 안돼 오시지 못한 많은 분들은 수많은 성금과 후원 물품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빈소가 유지되고, 고인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국민과 함께 밤새 농성장을 지키며 국민들에게 진실을 보도해주신 기자, 피디분들의 노력도 빈소를 지키는 힘이었습니다.

경찰의 방해에도 국민의 힘으로 전국에 150여개에 달하는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수만의 국민들이 방문해 고인을 추모해 주셨습니다.

고인의 사인을 ‘병사’라 조작하려던 시도는 수많은 의사 분들과 의대 학생 분들, 기자, 피디분들께서 떨쳐 일어나 저지해 주셨습니다. 백선하는 고립되었고, 사망진단서는 서울대병원과 의사협회에서조차 배격되었습니다.

고인의 사인을 ‘제3의 외력’으로 조작하려던 시도는 수많은 의사 분들과 기자, 피디분들의 노력으로 저지되었고, 당일 끔찍했던 물대포의 실제 파괴력과 고인이 충격을 받는 과정이 검증되며 사인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었습니다.

백남기 농민을 지킨 것은 투쟁본부의 힘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힘이었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9월 25일부터 오늘 10월 25일 한달간 온 국민들은 가장 긴 한달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길수 없듯 부정한 정권이 국민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해냈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이제 검찰과 경찰은 영장 청구를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고인이 돌아가신 이후, 사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굳이 부검 없이도 사건 당시 영상과 317일간의 의무기록을 통해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달 간 우리 사회에서는 고인의 사인에 대해, 의무 기록과 사건 당시의 영상, 합리와 객관에 근거한 공적 논의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 ‘병사’, ‘제3의 외력’ 등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고인의 사인에 더 이상 의문은 없으며,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된 것입니다.

부검 영장 재청구가 유족들에게는 ‘고문’과 다름없는 너무나 잔인한 처사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유족들은 고인을 추모할 사이도 없이 경찰의 부검 강행 압박에 시달려 왔으며, 장례식장에서 무려 한 달 넘게 일상을 접은 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또다른 패륜이며 참으로 잔인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검찰과 경찰은 영장 재청구 시도를 중단해야 하며, 영장이 재청구 될 경우 법원은 이를 기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검이 아니라 특검 추진과 철저한 책임자 처벌입니다.

경찰은 고인이 돌아가시는 데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피의자로, 이들에게 수사를 맡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11개월간 사실상 조사를 회피한 채 부검에만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검찰에게도 맡길 수 없습니다.

특검을 실시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남김없이 처벌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끝까지 고인을 지켜냅시다. 책임자를 처벌합시다.

2016년 10월 25일

백남기 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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